바다에 말걸기, 바다가 내게 말을 걸다

서미영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코디네이터

하늘과 만나는 바다, 그 앞에 서서 춤추며 다가오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푸른 하늘을 비추어 더욱 푸르던 바다는 늘 나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창조의 셋째 날,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부르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부르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씀하십니다. 그 바다 앞에서 주님의 말씀을 가만히 마음 속으로 읊조려봅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땅과 바다와 공중을 창조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들에게, 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계십니다. 피조물의 기쁨을 노래하듯 흔들리는 바다는 겸손하게 빛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햇빛과 은은한 달빛의 움직임에 따라 더욱 반짝입니다. 거센 바람과 만나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세상을 다 덮으려는 듯 높이 솟아오르지만, 잔잔한 바람은 바다를 평온하게 만나도록 안내합니다. 때로는 아름다운 파도자국을 남기고 아주 멀리 멀리 가기도 합니다. 여전히 그곳에 있으나 한번도 같은 모습으로 일렁이지 않는, 늘 새로운 창조의 바다입니다. 오늘은 바다가 길을 내어주는 날입니다. 바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인적이 드물고 해무가 가득한 바닷길을 걸으니 어쩐지 다른 세상에 온 듯합니다. 지금 발이 닿는 곳은 바다의 속살입니다.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집니다. 만날 때마다 내가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얻는 바다, 고마운 바다가 열어준 길을 걷다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바다에게 말을 걸려 했는데 지금은 바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귀를 기울이니 바다가 저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왜 피조물인 인간이 이 세상을 자기 것인 양 생각하는지, 왜 이토록 많은 쓰레기들이 바다의 품안으로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는 것인지, 왜 방사성 오염수가 들어와 바다가 품은 생명들이 고통 당하며 신음하고 있는지, 왜 깊고 깊은 바닷속 생물의 몸속에까지 플라스틱이 있는지, 왜 바다에 함께 하는 새들과 다양한 생물들의 머물 곳과 먹을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지.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무고한 피조물들을 죽이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바다가 말을 건네며 쓰레기와 함께 밀려들어오니 그저 할 말을 잃고 작아집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수라>는 바다와 갯벌의 이야기입니다. 바다와 함께 살며 행복했던 이들, 생명을 살리기 위해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소리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스크린에 출연진의 이름이 올라갑니다.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벌새가 있습니다. 그리고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저어새, 큰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고라니, 개개비, 흰발농게, 말똥게, 칠게, 생합, 서해비단고동, 큰구슬우렁이, 칠면초, 해홍나물, 그들의 이름이 차례차례 올라갑니다. 바다에서 살아가고 사랑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바다에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온몸으로 충만하게 채워가는 이들의 이름입니다. 영화에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수히 많은 새와 동물들이 출연하였고 그들 모두 주인공이었습니다. <‘수라’는 고라니의 영토, ‘수라’는 일곱빛깔 모습으로 변신하는 칠면초의 영토, ‘수라’는 개개비의 영토, ‘수라’는 겨울을 나기위해 몽골에서 내려온 잿빛개구리매의 영토, ‘수라’는 쇠제비갈매기의 영토, ‘수라’는 매일 아침 물고기를 먹으러 출근하고 오후에 잠잘 곳으로 퇴근하는 가마우지의 영토...... > 영화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어느 날 갑자기 바닷물이 막혀 사라져버린 무수한 생명들이 기억나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들의 생명을 위하여 인간이 막은 바닷물이 다시 자유롭게 흐르기를 소망합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닷새동안 쉬지 않고 1만 3000km를 날아옵니다. 큰뒷부리도요가 우리의 바다, 우리의 갯벌에서 실컷 먹고 편히 쉬기를, 그리하여 알래스카까지 6000km의 긴 여행을 무사히 잘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멸종위기인 그들이 더욱 생육하고 번성하기를 기도합니다. 바다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건만 우리는 왜 우리만의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것일까요? 바다는 하나님의 것이고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신 말씀대로 다양하고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있습니다. 바다에 기고 걷고 날아다니는 많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바다는 우리가 함께 생명을 나누는 곳입니다. 바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다의 소리에 내 호흡을 맞춰 숨을 쉬어 봅니다. 우리,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요? 멈추지 않는 탐욕, 무관심, 무력감, 굳어져버린 냉랭함, 편리함에 익숙한 습관들이 와락 덮쳐와 수시로 우리를 좌절케 합니다. 그러나 출구가 없다 느껴지는 절망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시며 또한 바다를 돌보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 바다의 수평선은 끝이 아니며 수평선 너머 또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기에,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십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생명을 경외하게 하소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바다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으로 느끼게 하소서. 하나님의 바다에서 창조의 기쁨을 찬양하며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하소서

*생명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고 생태계 복원에 참여하기 *멸종위기 동물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생육과 번성을 위해 기도하기 *바다에 찾아가 다양한 새들의 소리를 들어보기

*바다에서 신나고 즐겁게 뛰어놀고 줍깅하기 *한달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맛있는 채식에 도전하기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이웃과 함께 환경 다큐를 보고 이야기 나누기